"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지난달 27일 오전 호주 시드니의 캠시 공립초등학교 운동장. 팔도의 아리랑으로 꾸며진 `아리랑 메들리`가 울려 퍼졌다. 화려한 조명, 생생한 음향은 없었지만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일곱 빛깔의 하모니는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200여 학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허니허니`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손뼉을 치며 흥겨움으로 하나가 됐다.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노래하던 허심영 양(대현초 6학년)은 "나와 같은 다문화 어린이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친구들의 박수에 힘이 나서 더 열심히 불렀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다문화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이 다민족ㆍ다문화 국가인 호주를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호주 시드니에서 공연을 펼쳤다. 2009년 창단된 뒤 G20 정상회담 등 국내 주요 무대에 여러 차례 섰지만 해외에서 노래를 부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중국, 베트남, 이라크 등 10여 개 국가의 다문화 가정 자녀로만 꾸려진 합창단에 호주는 남다르다.

호주는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이주민으로 구성된 다문화 강국이다.

캠시초등학교만 해도 학생들이 쓰는 언어가 45개 이상이며, 한국인 학생은 전교생 800명 가운데 40명에 그치지만 2010년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해 가르치고 있다.

15분 남짓 공연을 마친 합창단은 캠시초등학교 학생들과 한국 동요 `올챙이와 개구리`를 함께 불렀다.

이라크에서 온 하모디 군(보광초 4학년)은 "한국에서는 다문화라고 하면 `나와 다르다`며 차별을 당할 때도 있는데 호주 학생들은 얼굴 색깔이 다르지만 서로 친하게 지낸다"며 "`쿨(멋지다)`이라고 먼저 말을 건네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어바인 필 캠시초등학교 교장은 "아리랑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며 "K팝 등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호주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시드니 =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