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건국대학교 대강당. 제4회 전국 다문화어린이 합창대회에서 대상이 발표되자 무대 위는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고흥 도화지역아동센터 학생 26명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예상을 뛰어 넘는 결과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대상을 수상한 아이들은 그동안 함께 대회를 준비했던 선생님들을 향해 단체로 큰절을 올려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아이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한 복지사 모윤숙(여·45) 씨는 당시를 회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모윤숙 씨는 “첫 출전이었기 때문에 참가에 의미를 두기로 했었는데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둬 꿈만 같다”며 “다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이 많아서 대회관계자들은 물론 취재진들과 인터뷰 한 번 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로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가족부와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국내 유일 다문화어린이 합창대회로 중창과 합창에 각각 9개팀이 참여했다. 합창 부문 대상을 수상한 고흥 도화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서울과 경기·충북·전북·강원까지 전국 다문화어린이들이 모여 실력을 겨뤘다. 도화지역아동센터가 첫 출전에 대상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흥군 도화면에 위치한 도화지역아동센터에서는 즐거운 노랫소리가 항상 흘러 나온다. 아동센터에 머물고 있는 30여 명의 아이들은 저녁 식사 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래를 부른다. 3년 전 센터 관계자들이 저소득층이나 다문화가정 자녀가 많아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모윤숙 씨는 누가 시켜서 노래를 불렀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음악을 사랑하고 즐겁게 참여하기 때문에 대상이라는 결과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합창대회에서 불렀던 ‘우주자전거’ 곡 선택부터 노래동아리 ‘꿈이 자라는 새싹들’ 이름을 정하는 것까지 모두 아이들이 직접 결정했다. 무대에서 노래와 함께 선보였던 율동 역시 아이들이 구상했다.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이느라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그만큼 참여를 이끌어내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결과 보다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1학년부터 6학년 전원이 참여했다. 합창대회에 늦게 합류한 아이들이 음정과 박자를 맞추지 못해 애먹은 적도 많았다. 수상을 목표로 했다면 노래 실력이 조금 부족한 아이들을 제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함께 참여해 얻은 대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어려움도 많았다. 학교 이름으로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통비부터 숙식비용까지 모두 후원에 의지해야 했다. 아이들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1만 원부터 수십만 원까지 각계각층의 정성이 모여 비용을 마련했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합창대회에 대상을 수상한 박요미(12) 양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렸는데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어서 앞으로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양세열기자 hot@kwangju.co.kr